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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쓸쓸한블랙홀31 작성일26-05-22 05:16 조회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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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아트테이너, 예술의 경계선을 묻다전문가에게 듣는 당신이 궁금한 3가지​인지도 활용 행사홍보 업체들, SNS 팔로어 수 많을수록 영향력도 커​라이선스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비평 단계 안 거쳐, 비슷한 아류 많아​스타성은 조변석개하는 신기루 팬덤으로 살 수 있지만 투자는 물음표 “식당 다음으로 많은 부업이 화가인 것 같다.”​최​근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직장인 A씨의 말이다. 연예인 겸 화가, 일명 ‘아트테이너’ 원조 격인 가수 조영남부터 시작하는 계보는 최근 더욱 급증한 모습이다. 이혜영, 구준엽, 임혁필, 하정우, 구혜선, 나얼, 솔비 등에 이어 최근에는 박기웅, 하지원 등이 아트페어에 나오고 전시를 열며 아트테이너 대열에 합류했다. ​A씨는 미디어에 쏟아지는 아트테이너들의 뉴스에 이들은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지, 소질이 있는지, 따로 배우는 곳이 있는지, 정말 ‘작품’으로 보고 매매할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최근 미술품 수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궁금증을 갖는 이가 많다. 회원이 약 8000명에 달하는 네이버 카페 ‘직장인 컬렉터되다’에도 아트테이너를 어떻게 봐야 할지 묻는 질문이 올라오기도 한다.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아트테이너 세계에 대해 물어봤다. 왜 많아졌을까?“미술시장이 미쳤다.” 기자가 화랑가에서 연이틀 들은 말이다. 거장들 작품을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을 구하는 게 어렵다고들 아우성이다. ‘돈 된다더라’는 얘기가 파다하니 연예인 개인을 떠나, 그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이들을 통한 작품 ‘공급’이 많아지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런 이점을 안 일부 화랑이나 아트페어들이 호응하며 아트테이너 등장과 노출은 더 많아졌다. 새로운 작품 공급을 위해 아트테이너들의 작품에 시선을 돌린 일부 화랑들, 연예인 인지도를 발판으로 행사를 홍보하려는 아트페어 등 행사 주최 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한 유력 큐레이터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니 홍보성으로 아트테이너를 많이 내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체 환경도 꼽힌다. 이 큐레이터는 “단지 미술뿐이 아니라,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서 팔로어 숫자가 많은 사람이 어디서든지 여러 가지로 혜택을 받는 시기인 것 같다”며 “팔로어 수가 많은 집단인 만큼, 작가 활동을 하기에도 일반 작가보다 훨씬 쉬워서 접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진짜 잘하나?“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트테이너들을 모두 진짜 작가라고 할 만한지 묻자 정준모 평론가가 답한 말이다. ​미술하는 ‘작가’에는 자격증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미대 졸업장이 곧 라이선스도 아니다. 어린시절부터 화가를 꿈꿨다며 진정성을 강조하는 아트테이너, 미대를 졸업했고 기본기가 좋다고 강조하는 아트테이너들도 있다. ​다만 작품의 질과 ‘작가’라는 말의 무게감을 생각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취미를 넘어 작가임을 자처하는 상황이 ‘남발’되는 모습에는 신랄하게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한 갤러리스트는 “누구나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고 그것이 완벽하다고 느껴질 때 대중에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연예인들의 작업이 시장을 압도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고 작업의 시작도 본인의 일상 탈출, 또는 우울함 극복 등 한심한 이야기들뿐”이라고 말했다. ​이 갤러리스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건 시장이고, 시장에서 꾸준하게 인정받고 작품이 판매된다면 작가로 인정받는 것이지만,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서울 주요 갤러리에서 일하는 한 큐레이터 역시 “누가 경매에서 얼마에 낙찰됐다는 게 화제가 되곤 하지만, 이름을 빼고 작품만 놓고 본다면 그래도 그 가격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모 평론가는 근본적으로 비평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그는 “물론 (정규교육의) 제약 없이 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을 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본인들로서는 새로운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솔직히 어디서 본 듯한, 누군가의 아류인 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실력이 있고 없고를 논하기 전에, 비평 단계를 거치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프로 화가라면 적어도 그들의 그림이 비평의 언어로 서술돼 본 적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프로 작가들은 수준 있는 평론글을 받아 자신의 도록에 싣기 위해 노력한다. 수년간 작품의 변화, 발전에 대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비평이 쌓이고 ‘작가론’이 형성되는데 이런 사례를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홍경한 평론가는 “예술성만 놓고 보면 퀘스천마크가 상당히 많은 게 대부분”이라며 “홍보 마케팅 시스템과 미디어를 통해 과대포장된 보도가 많은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사도 되나?연예인 겸업 화가들의 작품은 주로 팬과 동료연예인들이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술계는 아트테이너의 작품이 거래되는 시장은 기존 미술시장과는 다른, 별도의 시장으로 여긴다. 이제 막 미술시장에 접근하고 있는 초보 컬렉터라면,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홍경한 평론가는 “기존 미술신에서 소비되는 층과 연예인들의 작품을 소유욕을 갖고 구입하는 사람들의 층위는 다르다”며 “예전 주윤발, 왕조현 책갈피를 문구점에서 팔던 것이 내가 흠모하는 대상을 아주 저렴하게 옆에 두고자 하는 욕망을 기반으로 하는 것처럼, 선망의 대상에 대해 일정한 예산을 투입해 접근하고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트테이너 시장도 그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그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마치 미술 유통망 전부로 오해해선 안 된다. 스타성이라는 것도 조변석개하는 신기루이며, 마케팅 환상을 걷어내고 옥석을 가리는 눈도 키워야 한다. 내가 보고 싶어서 접근하는 건지, 투자용으로 접근하는 건지에 대한 명료한 입장정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준모 평론가는 “연예인 그림을 팬덤으로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 책임을 다른 데에 물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밥 한 끼 먹으러 식당을 갈 때에도 얼마나 골라서 가는 세상이냐”며 “그림을 살 때에도 미술의 가치를 제대로 다루는 갤러리, 작가, 작품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김예진 세계일보기자​‘아트테이너’에 대한 단상​‘A작가, 현대미술계 영향력 막강한 ○○갤러리에 출품.’ ​제​목도 대단하지만 A씨는 개인적으로 응원하며 지켜보던 연예인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이메일 보도자료를 열었다. 하지만 꼼꼼히 보니 과장이 심했다. 유력 갤러리를 유료 대관해 여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인데, 마치 해당 갤러리가 발굴해온 유명 현대미술가와 동급으로 발탁된 일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했다.​소속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홍보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언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과장된 부분이 여과 없이 노출됐다는 점이었다. 단순한 연예인 동정기사면 몰라도, 미술 정보로서는 오해가 생기기 충분했다. 미술 분야를 전담하는 기자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과대포장된 측면을 거른 기사를 남기고자 했다. 소속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사실 그대로 기사를 작성했다. ​다음 날 소속사는 문자를 보내와 세계일보 기사가 “악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작가와 회사 모두 큰 무시를 당한 느낌이어서 상당히 불쾌하다”고도 했다. 반전이었다. 기자가 A씨에게 호의를 가졌던 이유는 딱 하나다. 작품이 대단해서가 아니었다. 방송에서 A씨는 무례한 대우나 무시를 당해도 꿋꿋하게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감으로써 편견을 이겨내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날 A씨 측 반응은 그간 이미지와 정반대였다. 피해의식이 선연했다. 소속사 대표는 한국 최고의 화랑 회장의 친척임이 미술계에 잘 알려져 있는데, 굳이 ‘회사도 불쾌해한다’는 말을 왜 덧붙이나 의구심이 들었다. 오만함의 발로가 아니길 바란다. ​기자가 A씨를 무시하려고 기사를 썼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기자는 독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생각뿐이다. A씨 마케팅에서 파생된 보도들로 인해 누군가는 해당 작품을 지나치게 비싸게 살 수도 있고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 미술시장에 소비자보호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언론이 소비자 편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검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 미술시장은 “미쳤다”는 말이 나올 만큼 뜨겁다. 거품 우려도 없지 않다. 미술계에서도 이런 시기에 자칫 초보 컬렉터가 바가지를 쓰면 영영 소비자를 잃을 수 있으니 시장을 건전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긴장감에 찬 지적이 나온다. ​기사가 불쾌하다면 진정한 작가로서 대우받기 위해 거쳐야 할 평단의 지적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럴수록 작가로서 가능성은 떨어지고 자신을 후원하려 작품을 산 이들에게 손해를 끼치게 된다. 손해를 본 이들은 미술시장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키우고 다시 미술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A씨 측이 바라는 일은 아닐 것이다. ​아트테이너 이슈를 취재하다가 만난 전문가들은 팬덤과 유명세로 비평을 생략하고 소속사의 마케팅으로 무장한 이들이 신규 소비자들에게 혹여나 피해를 주고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유발할까 우려했다. 한 전문가는 존 레넌과 오노 요코의 반전평화 퍼포먼스 ‘베드 인(bed in)’을 사례로 들며, 그런 선한 영향력을 가진 아트테이너가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여기서 힌트를 얻으면 어떨까. 마케팅에 대한 지적에 발끈하기보다는 지금 한국 미술시장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김예진 세계일보 문화체육부 기자)​아트 컬렉팅, 예술과 자본의 두 얼굴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과 수집 열기의 대중적 확산은 비단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인 현상이다. 자본의 세계화 시대에 미술시장은 경계를 넘어 지난 10년에서 20년 사이 그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왔다. 미술시장에서 여전히 자본가, 슈퍼리치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만 이러한 현대미술의 수집 열풍에 최근 MZ세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추세다. 과거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미술품 수집가의 주된 연령층이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MZ세대로 부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컬렉터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수집의 태도나 취향도 변하고 있다. 디지털 세계와 소셜 미디어에 친숙한 MZ세대들은 ‘예술적 가치’라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보다 물질적 풍요와 문화적 취향, 자기 과시(Art Flexing), 새로운 투자가치 및 소유 개념으로 접근한다. 『예술과 세계 경제』(2017)의 저자인 존 자로벨(John Zarobell)은 예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미술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수집 문화의 정의도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미술시장이 갈수록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수집의 표준이 예술적 가치, 미학적 담론보다는 재정적인 수익이나 트렌드와 취향으로 바뀌는 현실을 지적한다. 어느 수집가이든 구입 이후의 다양한 잠재적 이익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투자 가능한 ‘대체 자산’으로서 현대미술이 크게 주목되면서 이에 따른 왜곡 현상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보다 뱅크시 판화 가격이, 겸재 정선의 그림보다 생존작가 이우환과 나라 요시토모 작품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미술작품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다양한 가치를 품고 있지만 독점 자본주의의 치열한 경쟁원리가 세계 미술시장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주요 아트페어와 옥션, 갤러리들은 문화 발전의 엔진 역할을 하는 미술관과 비엔날레와 상호 침투하고 경쟁하면서 현대미술 작가들을 신속하게 상품으로 전환시킨다. 미술시장의 이 같은 상업화는 시장의 요구에 맞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상품화된다. 특히 블루칩 작가, 시장 친화적인 작가들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하다. 현대미술 작가 중에서 저평가되거나 우수한 중견작가들이 많지만 미술시장에 진입조차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술에 대한 담론보다는 시장 동향과 투자가치, 경매 기록과 수익률, 디지털 자산, 조각 투자 등 미술시장 주도의 서사(narrative)가 문화현상이 되었다. 미술정보지 발행인 조시 베어(Josh Baer)는 20세기 미술의 여러 경향을 대체하는 21세기 하나의 이즘(ism)이 있다면 그것은 ‘미술시장’이라고 말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한국 MZ세대 미술품 구매자 연구’(2022)에 의하면 MZ세대 상위 구매자(3년간 구매 총액 1억 원 이상)의 48%가 10년 이내 재판매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구매 시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정서적인 만족감, 작품의 가치, 진위 여부와 투자가치 등을 다양하게 고려한다. 하지만 현대미술의 예술적 가치는 스타일보다 미술사적 의미와 담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용과 모방, 변조 등 수많은 양식의 유사 작품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작품의 가치를 발굴하고 음미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만이 아니라 컬렉터 본인의 미술사와 인문학적 식견을 필요로 한다. 희귀본과 초판본 서적이나 엽서와 편지, 우표, 사진 등의 수집에 매혹되었던 문예비평가 발터 벤야민은 수집가의 탐구적인 자세와 새로운 의미 부여를 중요시했다. 회화나 사진, 판화와 영상 등 어떤 매체, 어떤 작가 작품을 수집한다 하더라도 작품들이 모여서 구성하는 자신만의 수집과 관련한 코드와 배열의 방식이 있어야 한다. 예술을 향한 탐구적 태도는 수집 행위를 보다 지적이고 문화적인 것으로 변화시킨다. MZ세대의 참여와 함께 미술품 수집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문화적 취향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정서적 만족감을 즐기고, 작가의 원작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은 미술품 수집의 큰 매력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에 미술품을 투자·투기 대상으로 인식하는 풍토가 급속도로 확산되어 우려된다. 작년부터 미술품과 문화재로 세금을 납부하는 ‘미술품 물납제’가 시행되어 재화의 가치로 미술품을 보는 시각은 갈수록 보편화할 것이다. 미술품 수집은 소유와 축적의 형태로서 예술과 자본의 밀접한 결합체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예술의 상품화는 피할 수 없는 논쟁이 되고 있지만, 그 실천적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은 수집가의 태도에 따라 다를 것이다. 사적이든 공적이든 수집가의 열정과 집념이 세계적인 미술관, 박물관 형성의 튼튼한 기초가 되었기 때문이다. - 이준 전 리움미술관 부관장·미술비평가 ​게르하르트 리히터, ‘세계 100대 미술 작가’ ​​20년째 1위…한국 작가는 양혜규 93위 ​독​일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91)가 ‘세계 100대 미술 작가’ 1위를 20년째 지키고 있다. 2015년 11월 소더비런던에서 1986년작 ‘추상화(Abstraktes Bild 809-4)’가 4632만달러(600억원)에 팔려 ‘생존하는 작가 중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 작가’로 불린다. ‘사진 회화’로 유명한 리히터는 지난해 청담동 루이비통 메종 4층에서 ‘4900가지 색채’ 개인전을 연 바 있다. ‘이건희 컬렉션’에도 리히터의 대표작 ‘두 개의 촛불’(1982)과 대형 추상화 2~3점이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erhard_r ichter / 양혜규, 이미래​독일 경제전문지 캐피탈이 선정해 쿤스트 콤파스(Kunst Kompass) 2023. 11월호에 발표한 ‘세계 100대 미술작가’에 따르면 리히터는 2003년 처음 랭크된 이래 올해까지 1위에 올랐다. 한국 작가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양혜규(52)로 지난해에 이어 93위를 지켰다. 아시아권 작가로는 중국의 아이 웨이웨이, 일본 오노 요코, 히로시 스기모토 등이 올라있다. ​2위는 미국의 브루스 나우먼(82), 3위 독일의 게오르그 바젤리츠(85), 4위 로즈마리 트로켈(71), 5위 미국의 신디 셔먼(69), 6위 영국의 토니 크랙, 7위 덴마크의 올라퍼 엘리아슨, 8위 독일의 안젤름 키퍼, 9위 남아프리카의 윌리암 켄트리지, 10위 독일의 이미 크뇌벨이다. 작년과 비교해 10위 권의 작가 순위는 변동이 없다. ​가장 많은 상승률을 보인 작가는 영국의 설치 미술가인 아니쉬 카푸어로 작년 41위에서 10계단 상승해 31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제갤러리에서 지난 10월22일까지 코로나 이후 제작한 신작을 발표한 작가다. ​캐피탈지는 올해 가장 높은 점수가 상승한 주목할 작가로 일본의 팝아트, 설치 미술가인 야요이 쿠사마(94)을 꼽았다. 더불어 주목할 작가들로 덴마크 미술가 Jeppe Hein, 영국의 미디어아티스트인 Isaac Julien, 쿠웨이트의 미술가인 Monira Al Qadiri, 미국의 Alex Katz, 한국의 설치미술가 이미래(35)를 주목했다. ​작가의 성비를 살펴보면 100대 작가 명단 중 남성은 72명, 여성은 28명으로 10위권에는 로즈마리 트로켈, 신디 셔먼 2명이 있다. ​한편 뒤셀도르프의 미술잡지 기자로 일했던 빌리 본가르드(1931~1985)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세계 100대 미술작가 명단’은 1985년 그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때까지 잡지 ‘아트쾰른’을 통해 발표되었다. 그 후 그의 아내 린데 로 본가드가 맡아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최근에는 매년 11월 독일의 경제지 ‘캐피탈’에서 발표하며 올해로 53번째를 맞이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대표 이호숙·정준모)는 콤파스(Kunst Kompass) “’100대 작가 명단’은 세계 정상급 생존 작가 100명을 선정한 것으로 신뢰할 만한 작가 평판에 대한 평가 정보”라며 “캐피탈지의 명단을 입수 분석해 소개, 한국미술시장의 시가 감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서울=뉴시스​회화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 60년의 궤적 한눈에 보여준 전시​나는 오직 작품으로 말한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자신의 역대 최대 회고전 오프닝에 오지 않았다. 2026년 올해 93세. 몇 년 전부터 여행을 멈췄다. 미술관에 가면 기자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거듭 받고, 몇 년 전과 다른 답을 하면 미술사학자들에게 지적을 받는다고 했다.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다며, 남은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겠다는 게 작가의 입장이다. 대신 아내와 딸이 파리를 찾아 작가의 눈이 되어 270점의 배치를 직접 확인했다. 리히터 재단 학술연구원 케르스틴 퀴스터(Kerstin Küster)는 “리히터는 ‘내 그림이 여기 있으니, 내가 여기 있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의 작품 세계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퀴스터의 안내로 60년의 궤적을 따라갔다. Papier peint mural à partir d'une photographie d'archive : Dans l'atelier à Cologne. In the Cologne studio, 2006 © Hubert Becker. Gerhard Richter, Gerhard Richter (2003) / 사진. © Fondation Louis Vuitton / Marc Domage 루이 비통 재단은 장-미셸 바스키아, 마크 로스코, 조안 미첼,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게르하르트 리히터에게 재단의 전 공간을 내준 단독 전시를 선보였다. 1962년부터 2024년까지의 유화, 드로잉, 수채화, 유리 조각, 덧칠한 사진 등 270점을 통해 작가의 작업 변화를 입체적으로 읽게 한다. 퀴스터는 이만한 규모의 전시를 다시 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재단이 유럽 최대 규모의 리히터 컬렉션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구성이다. 재단 소장품 40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전 세계에서 나머지를 모았다. 베르나르 아르노에게 리히터는 가장 아끼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초기 포토페인팅부터 최근 스트립 페인팅까지 폭넓게 수집해온 컬렉터이기도 하다. 사진을 그리는 데 2주, 커튼을 그리는 데도 2주전시는 지하 1층에서 시작해 시간순으로 위로 올라간다. 큐레이터 디터 슈바르츠와 니컬러스 세로타가 기획한 이 구성은, 리히터를 구상화가나 추상화가로 분류하기보다 매체와 형식을 넘나드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읽게 한다. 퀴스터는 작가가 구상에서 추상으로, 다시 풍경과 초상으로 되돌아오는 움직임 자체가 작업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게르하르트 리히터'전시 전경. Gerhard Richter (2017) / 사진. © Fondation Louis Vuitton / Marc Domage 리히터의 초기 포토페인팅은 이 전시의 출발점이다. 신문과 잡지, 가족 앨범의 이미지를 캔버스로 옮기되 의도적으로 초점을 흐려, 사진 같지만 사진이 아니고 회화 같지만 전통 회화의 질서를 따르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퀴스터는 사진을 그리는 데도, 커튼을 그리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 리히터의 전환을 설명한다고 말했다. “사진을 그리는 데 2주가 걸렸다. 그런데 커튼을 그리는 데도 2주가 걸렸다. 그러면 왜 커튼을 안 그리겠는가. 커튼을 그릴 수 있다면, 커튼의 회색만 그릴 수도 있다.” 사진에서 커튼으로, 커튼에서 색면으로. 구상에서 추상으로의 이동은 갑작스러운 전향이 아니라, 회화의 가능성을 하나씩 밀어붙인 결과였다.'게르하르트 리히터'전시 전경. Gerhard Richter (1987) / 사진. © Fondation Louis Vuitton / Marc Domage 회색이라는 중심축전시 초반의 회색 회화 연작은 리히터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논리를 드러낸다. 퀴스터는 회색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하나의 색이며, 모든 색이 섞여 도달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리히터에게 회색 회화는 가장 다채로운 그림이다. 모든 색이 그 안에 들어 있으니까.​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으면서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상태. 회색은 구상과 추상, 사진과 회화, 재현과 부정 사이에 선 작가의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전시가 리히터를 하나의 사조나 양식으로 묶지 않고 시간순으로 풀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게르하르트 리히터'전시 전경. Gerhard Richter (2011) / 사진. © Fondation Louis Vuitton / Marc Domage 초기 추상은 구축이고, 후기 추상은 선물이다추상회화로 넘어가면 작업 방식도 달라진다. 초기 추상이 스케치에 기반한 구축에 가깝다면, 후기 작업에서는 스퀴지가 우연을 끌어들이는 핵심 도구가 된다. 물감을 밀어내며 동시에 긁어내는 이 방식은 작가조차 예상하지 못한 효과를 낳고, 리히터가 추상회화를 통해 회화의 불확실성을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흰색 추상회화는 이 위험이 극대화된 경우다. 아래층에 강렬한 색을 여러 겹 쌓은 뒤 맨 위에 흰색을 올리는데, 아래 안료가 위로 번지거나 스퀴지가 너무 깊이 들어가면 캔버스가 망가진다. 실제로 완성 직전 검은 선이 올라와 작품을 폐기한 적도 있다고 했다. 리히터에게 추상회화는 아름다운 결과물이기 이전에 긴장과 판단의 연속이다. 비르케나우, 덧칠한다는 것의 의미전시의 무게중심은 비르케나우 연작에 놓인다. 출발점은 1944년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이 몰래 찍은 사진 네 장이다. 가스실과 학살 현장을 담은 현존하는 유일한 은닉 촬영 기록으로, 벌거벗은 사람들이 끌려가는 모습이 남아 있다. 리히터는 처음에 이 사진을 사실적으로 캔버스에 옮겼다. 그리고 거의 완성된 상태에서 전부 덧칠했다. 추상회화와 같은 방식으로. 퀴스터는 그 이유를 이렇게 전했다. “사실적으로 그린 결과물이 희생자들에게 존엄을 돌려주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범죄의 기록이고, 회화적 재현이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고 느꼈다.”'게르하르트 리히터'전시 전경 / 사진. © Fondation Louis Vuitton / Marc Domage 이 방에서 비르케나우 추상화 맞은편에 대형 거울이 걸려 있다. 관람객은 추상화의 반영과 자기 자신을 동시에 본다. 과거의 역사, 현재의 나, 그리고 그 사이의 질문. 당신이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quot퀴스터는 리히터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은 잃었지만, 보여주고 이야기하는 것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추상으로 덮어버린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이미지가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비르케나우 연작은 리히터의 회화론이 윤리적 판단과 만나는 지점이다.​유리, 거울,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유리와 거울 작업은 관람객을 전시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리히터는 작품, 보는 사람, 작품이 놓인 공간이 함께 작동해야 회화가 완성된다고 보았고, 거울은 그 관계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유리 앞에 선 관람객은 반사와 투과 사이에서 작품과 자기 자신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리히터의 유리와 거울 작업은 1960년대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뿌리를 둔다. 퀴스터는 리히터가 전시에 거울을 넣는 이유를, 관람객에게 ‘당신은 이 전시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관객 없이 완성되지 않고, 관객 역시 작품의 일부로 편입된다. 맞은편 벽에 걸린 회화가 유리에 비치면, 반사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리히터의 유리와 거울은 회화가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보는 방식 속에서 계속 갱신되는 이미지임을 보여준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전시 전경. Gerhard Richter (2018) / 사진. © Fondation Louis Vuitton / Marc Domage​리히터 미술관은 필요 없다리히터의 작품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이유도 그의 일관된 태도와 맞닿아 있다. 그는 작품이 완성되면 일찍부터 갤러리와 미술관에 넘겼고, 그 결과 세계 주요 미술관 어디에서나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퀴스터는 리히터가 특정한 ‘리히터 미술관’보다 20세기의 목소리 중 하나로 남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이 전시의 의미는 그래서 더 크다. 평소라면 여러 미술관과 개인 소장처에 흩어져 있을 작품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작가의 60여 년 작업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리히터를 처음 만나는 관람객에게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익숙한 관람객에게는 새로운 작품과 배치를 보여주는 전시였다. 이 전시는 큐레이터들이 제안한 구성을 리히터가 받아들인 방식으로 완성됐다. 그는 작품을 과도하게 설명하기보다, 그림 자체가 말하도록 두는 쪽에 가깝다. 2009년 한 인터뷰에서 딸을 그린 방식에 대해 묻자 그는 “나는 화가일 뿐이다. 말로 전하고 싶었다면 작가가 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전시 전경. Papier peint mural à partir d'une photographie d'archive : Dans l'atelier à Cologne / In the Cologne studio, 2005. © Hubert Becker / 사진. © Fondation Louis Vuitton / Marc Domage ​파리는 지웠고, 서울은 보여줬다 리히터가 폭력을 다루는 방식​이미지를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극​단적인 폭력을 다룬 이미지를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같은 질문 앞에 선다. 얼마나,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 파리 루이 비통 재단에서 본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비르케나우와 학부 시절 서울에서 열었던 북한 정치범수용소 전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 질문에 답하려 했다. 나는 그 두 전시 사이, 그리고 두 도시 사이에서 조금 늦게, 그리고 망설이며 서 있던 사람 중 하나였다. 비르케나우: 재현을 멈춘 자리리히터 재단 학술연구원 케르스틴 퀴스터(Kerstin Küster)는 비르케나우의 기원을 이렇게 설명했다. 1944년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에서 죄수가 몰래 촬영한 네 장의 사진을 책에서 본 리히터는, 처음에는 그 사진들을 실제 크기로 사실적으로 그리려 했다고 한다. 아카이브에서 사진을 빌려와 캔버스를 준비하고, 거의 완성 단계까지 갔지만, 어느 순간 그 방식으로는 피해자들의 존엄을 회복시키지 못한다는 생각에 부딪혔다고 했다. 그 사진들은 가스실로 끌려가는 나체의 사람들, 폭력의 한복판에 있는 몸들을 담고 있었다. 그 장면을 “잘 그린 그림”으로 재현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게르하르트 리히터'전시 전경. Gerhard Richter (1988) / 사진 © Fondation Louis Vuitton _ Marc Domage 그는 결국 형상을 여러 차례 덮어, 더 이상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는 추상 화면으로 남겼다. 표면에는 붉은색과 녹색, 회색의 층들이 남아 있지만, 원본 사진은 완전히 지워졌다. 퀴스터는 “우리는 이 연작을 홀로코스트를 그대로 재현한 그림이라기보다, 무엇을 보여줄 수 있고 무엇을 보여줄 수 없는지에 대한 망설임이 남긴 흔적으로 설명하곤 한다”고 말했다. 내게 이 설명은, 하나의 미술사가적 해석을 넘어 유럽식 기억 문화의 한 단면처럼 들렸다. 2차대전 이후 서구 미술계는 홀로코스트, 즉 ‘쇼아(Shoah)의 이미지’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오랫동안 논쟁해왔다. 피해자의 몸과 얼굴을 다시 시장과 전시장에 올려놓는 행위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자각, 그러나 그렇다고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이 역사를 지워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비르케나우는 이 사이에서 재현을 멈추고, 망설임만 화면에 남겨둔 사례다. 서울 인사동의 작은 전시 -끝까지 보여주려는 자리학부 시절, 나는 지금과 아주 다른 전시를 준비했다. 학회 친구들과 함께 북한 정치범수용소 전시에 참여했다. 구정 연휴 동안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 작은 전시 공간을 빌려, 교화소와 수용소 출신들의 증언과 그림을 모아 걸었다. 우리는 어떤 증언과 그림을 전시장에 꺼내 놓을지 결정해야 했다. 특히 여성들의 인권이 유린되는 장면들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처참했다. 결국 가장 충격적인 사진과 세부 묘사는 전시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끔찍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기본 의도는 “가능한 한 솔직하게 보여준다”에 가까웠다.​전시장에는 브라이언 존슨의 ‘Love came down’ 앨범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잔잔한 찬양 음악에 이끌려 우연히 들어온 사람들이, 벽에 걸린 그림과 글을 천천히 읽고 난 뒤 숙연한 표정으로 말없이 나갔다. 환한 인사동 거리와 전시장 안의 어둠 사이의 간극이 사람들의 걸음걸이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보여주지 않는 윤리 vs 끝까지 보여주는 윤리파리의 비르케나우와 서울의 북한 정치범수용소 전시는, 서로 정반대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쪽은 재현을 최소화하고, 다른 한쪽은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재현한다. 하나는 “더 이상 보여줄 수 없어서” 이미지를 지우고, 다른 하나는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 같아서” 이미지를 끝까지 보여준다. 두 방식 모두 윤리의 언어다. 비르케나우는 피해자의 몸이 다시 모니터와 캔버스 위에서 소비되는 것을 막으려는 쪽에 서 있다. 이미지의 부재를 통해, 관객에게 상상과 사유의 부담을 돌린다. 반대로 인사동 전시는, 이미지의 충격을 감수하더라도 침묵과 부정의 벽을 깨려 했다. 보지 않는 폭력은 너무 쉽게 ‘없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더 옳다고 말할 수 없다고 느낀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사회와 맥락에서 어떤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는지를 자각하는 일이다. 유럽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윤리가 70여 년의 논쟁 끝에 하나의 선택지가 되었지만, 한국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는 여전히 아무도 말하지 않는 현실과 싸우고 있다. 이 두 방식은 상호 배타적이라기보다, 우리가 어느 시점에 어디에 서 있는지를 드러내는 좌표처럼 보인다. 파리에서 비르케나우 앞에 서 있을 때, 나는 서울 인사동의 작은 전시장과 평행하게 그려진 두 좌표 사이에 서 있었다. 거울 앞의 나, 그리고 관객의 자리루이 비통 재단에서 비르케나우가 걸린 방에는 큰 거울과 유리 설치가 함께 놓여 있다. 리히터 재단 학술연구원은 “한쪽에는 과거, 가운데에는 나, 거울에는 미래가 보인다”고 말했다. 관객은 네 점의 추상과 자기 자신의 모습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게르하르트 리히터'전시 전경. Gerhard Richter (2014) / 사진. © Fondation Louis Vuitton / Marc Domage 나는 그에게 물었다. “이 작품의 의미를 모른 채, 단지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도 있지 않겠냐”고.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세대에게 셀카는 자기를 기록하는 기본적인 언어입니다. 누군가가 셀카를 찍고 난 뒤에 제목을 읽고, 비르케나우가 무엇인지 검색하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입구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대답은 예상보다 관대했다. 나는 안도와 불편함을 동시에 느꼈다. 셀카 인증샷에 대한 피로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출발할 수 있는 학습의 가능성. 비르케나우 방의 거울은, 나에게 “관객의 윤리”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졌다. 관객은 어디까지 이미지 소비자이고, 어디서부터 증언의 일부가 되는가. 셀카는 어디까지 자기 기록이고, 어디서부터 타인의 고통을 배경으로 삼는 행위가 되는가. 재단 관계자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출발점이 아니라 그 이후의 대화일지도 모른다. 직업으로서의 글쓰기, 사명으로서의 망설임그때 내 주변에는 인권 변호사를 준비하는 친구도 있었고, 북한 인권 운동을 평생의 일로 삼겠다고 마음먹은 동료도 있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자료를 읽고 전시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세계 안으로 발을 들였다. 하지만 “이 길을 내 인생의 업으로 삼겠다”는 분명한 확신을 품어본 적은 거의 없었다. 지금 나는 럭셔리 브랜드와 미술 재단을 취재하는 기자로 일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이들이 세운 미술 재단에서, 가장 낮고 어두운 곳의 폭력을 다룬 연작을 마주하는 일은, 그래서 조금 어색하다. 그 어색함이 사라지지 않는 편이 좋다고도 생각한다. 어릴 적 아버지는 늘 물었다. “너는 누구냐.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느냐. 너의 사명은 무엇이냐.” 나는 한때 북한 정치범수용소 전시를 준비하던 학생이었고, 지금은 루이 비통 재단의 전시를 취재하는 기자다. 두 세계 사이를 오가면서도, 여전히 그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한다. 다만 지금의 나는, 리히터가 회화 앞에서 했던 망설임을 글쓰기의 자리에서 반복하는 것이 나의 역할에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미지는 끝까지 보여주어야 하고, 어떤 이미지는 끝까지 보여주지 않기로 결정해야 한다. 어떤 이야기를 쓰고, 어떤 이야기를 쓰지 않을지,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쓸지 결정하는 일. 비르케나우 방의 거울 앞에서, 나는 그 결정들에 대해 다시 묻는 사람으로 남기로 한다. 사명은 거창한 문장이 아니라, 질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 김인애 럭셔리&컬쳐 칼럼니스츠 / 2026. 3. 30//​​프리즈 매각새 주인은 할리우드 미디어 거물​글로벌 아트페어 브랜드 프리즈 2억 달러에 매각​매​년 9월 ‘프리즈 서울’을 열고 있는 글로벌 매머드급 아트페어 플랫폼 ‘프리즈’가 새 주인을 찾았다.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프리즈를 2016년 인수해 글로벌 아트페어로 키운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업체 엔데버(Endeavor)의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미국 할리우드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미디어 거물’ 아리 이매뉴얼이 프리즈를 다시 손에 넣었다. 2025. 5. 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엔데버는 이날 회사의 공동 창립자이자 전 CEO였던 이매뉴얼에게 프리즈 브랜드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매뉴얼은 엔데버가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에 인수되면서 올해 3월 CEO에서 물러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수에는 7일 개막을 앞두고 있는 프리즈 뉴욕 등 7개 아트페어와 출판물인 프리즈 매거진, 런던의 갤러리 공간인 ‘No.9 코크 스트리트’가 모두 포함된다. 프리즈의 현 CEO인 사이먼 폭스를 비롯해 경영진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FT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거래 규모가 2억 달러(약 2878억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매뉴얼은 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등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이벤트 회사를 설립한 뒤 프리즈를 운영할 계획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컨소시엄은 마이애미 오픈과 마드리드 오픈을 포함한 엔데버의 테니스 자산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인수 거래는 3분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미술계에서는 이번 인수로 프리즈의 성장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매뉴얼은 엔데버 CEO로 재직하던 당시 프리즈를 인수해 런던에서만 열리던 아트페어를 글로벌로 확대하며 세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과 어깨를 견주도록 성장시킨 인물이다.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2021년 한국화랑협회 키아프(Kiaf)와 공동으로 ‘프리즈 서울’을 개최하면서 한국 미술계의 중심 축이 프리즈가 열리는 9월로 맞춰졌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뉴욕 아모리쇼’와 ‘엑스포 시카고’ 등 전통 있는 아트페어를 인수해 몸집도 더 키운 상황이다. 이매뉴얼은 성명에서 “프리즈는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항상 내게 영감의 원천이었다”며 “프리즈는 더 큰 성장을 위해 좋은 위치에 있으며 새로운 글로벌 이벤트 플랫폼의 전략적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김경미 서경기자​프리즈 ‘긍정적 효과’ 눈길.한국미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위​기냐, 기회냐. 지난해 2022 처음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와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가 나란히 열렸을 때 한국 미술계가 마주했던 질문이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지난 6일 다시 두 아트페어가 나란히 개막해 각각 4일,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성과는 “프리즈 공동 개최는 한국 미술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3층에서 열리는 프리즈와 1층에서 열리는 키아프 사이엔 여전히 온도 차가 있었지만, “지난해보다는 나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앞으로 더욱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올해 프리즈·키아프 현장을 요약해 전한다. · ​①중국 컬렉터 활기 더했다올해 행사에 참여한 갤러리 관계자들은 “올해 중국 본토 컬렉터는 물론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컬렉터들이 많이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프리즈에서 만난 독일 수푸루스 마거스 갤러리의 오시네 시니어 디렉터는 “이번엔 미국에서 온 손님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온 손님을 많이 만났다. 판매 성과도 매우 좋았다”고 전했다. ​②쿠사마 야요이 파워 강력했다 프리즈에선 지난해 개막 당시 보인 '오픈런'현상은 재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은 첫날부터 높은 판매 기록을 올렸다.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에선 쿠사마 야요이의 회화 ‘붉은 신의 호박’이 580만 달러(약 77억3000만원)에 판매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또 즈워너에선 캐서린 번하트의 회화도 220만 달러(약 29억 3000만원)에 판매됐다. ​하우저앤워스에서도 첫날에만 13점 이상 판매됐다. 시카고 태생의 화가 라시드 존슨(46) 회화가 97만 5000달러(약 13억원)에, 조지 콘도 회화도 80만 달러(약 10억 6000만원)에 판매됐다. ​화이트 큐브는 트레이시 에민의 네온 작품 2점을 6만 5000 파운드(약 1억원)에 판매했으며, 박서보의 작품을 49만 9천 파운드(약 8억원)에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 작가 이수경의 작품을 눈에 띄게 배치했던 마시모데칼로는 이 작가의 작품을 14만 달러(1억8000만원)에 판매했다.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 참가한 갤러리아 컨티누아는 아니시 카푸어의 작품을 60만 파운드 ~ 80만 파운드 사이(약 10억원)에 판매하는 등 큰 매출을 기록했다. ​③한국 작가들 날개 달기 시작했다박서보·이건용·하종현 등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첫날 국제갤러리에선 박서보(92) 화백의 2008년 작품이 약 7억원에 판매됐고, 하종현(87) 화백의 2022년 작품이 약 3억원에 판매됐다. 한편 리안갤러리에선 이건용(80) 화백의 대형 신작이 약 6억원에 판매됐고, 페이스갤러리에서 1~3억원 대에 판매됐다. 이밖에 이배, 남춘모, 이불, 양혜규, 강서경 등 중견 작가들 작품도 고루 판매됐다. ​'프리즈 마스터스'섹션에 참여한 갤러리 현대는 작고한 이성자(1918~2009) 화백의 작품으로 솔로 부스를 차려 작가를 속했고, 학고재갤러리는 1세대 추상화가 이준(1919~2021)을 비롯해 이상욱(1923~1988), 변월룡(1916~1990) 등 작고 화가들의 작품을 다수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갤러리현대는 이성자 작가의 작품 2점을 각각 40만 달러 (5억 3000만원)~ 45만 달러(6억원 대)에 판매했고, 학고재 갤러리는 이준, 변월룡, 하인두 작가의 작품을 각각 1억 원대에 판매했다. ​④희귀 작품 보자&quot관객들 줄 섰다참여 갤러리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곳은 '프리즈 마스터스'섹션에 참여한 로빌란트 보에나(R+V) 갤러리와 스티븐 옹핀 파인 아트 갤러리였다. R+V 갤러리는 제프 쿤스의 가로 3m 크기 조각 '게이징 볼'과 수 백개의 나비 날개로 만든 데이미언 허스트의 '생명의 나무'등을 선보였다. '게이징 볼'의 가격은 약 50억 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R+V 갤러리 관계자는 칸딘스키 등 올드 마스터 작품이 여러 점 판매됐으며, 허스트, 샤갈 르누아르 작품에 대해선 아직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⑤키아프, 앞으로 더 개선돼야 한다키아프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으나 전반적으로는 지난해보다 나아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순심 갤러리 나우 대표는 고상우, 안소희 작가 작품은 완판됐고, 한상윤· 김소형· 김우영 작가도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최재우 조현화랑 대표는 이배 등 중견 작가는 프리즈에 배치하고, 키아프에선 특히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며 산수화가 조종성의 작품 4점이 모두 판매되는 등 키아프에서 소개한 젊은 작가들 작품이 국내외 컬렉터로부터 관심을 끈 것이 큰 성과였다고 전했다. ​설원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키아프 전시 내용이 전체적으로 좋아졌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키아프가 프리즈로부터 많은 자극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 전 미술원장은 프리즈·키아프 개막을 전후로 서울 여러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한국 작가를 알리는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는 현상도 '프리즈 효과'라며 국제 시장에 내놓아도 밀리지 않는 한국 작가들이 적잖다. 프리즈가 세계 미술인들을 끌어들이며 전체적으로는 한국 미술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프리즈와 키아프 성과는 눈앞의 판매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세계 미술기관 관계자가 한국 작가들의 작업실을 직접 찾고, 다양한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시장 안팎에서 작품 구입 문의와 한국 작가 해외 전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프리즈와 키아프 공동개최가 한국미술에 큰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 중견 작가는 키아프에 대해 애정 어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작가는 키아프는 겉모습은 백화점 같지만, 실제 작품 구성을 보면 절반 정도가 마치 중고 시장 수준의 작품을 나열해 질적으로 매우 부족해 보였다면서 한국화랑협회가 앞으로 더욱 엄격한 심사로 참여 갤러리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은주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프리즈 아트페어와 한국 미술계의 미래를 위한 K씨의 조언​세 가지 지침이 강조되었다​1) 작가를 스타로 키우는 비평풍토를 다질 것2) 장기적 후원정책과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할 것3) 작가라면 백남준이 자신의 비밀 병기로 자처했던 ‘강한 이빨’을 탑재할 것! ​프리즈 아트페어, 현대미술의 게이트 키퍼​적​어도 지난 세기 후반 이후의 글로벌 미술은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차이의 한 중심에 글로벌 아트페어가 있다. 1967년 국제적 성격을 띤 쾰른 아트페어(Art Cologne)로 시작된 글로벌 아트페어들이 붐을 이룬 시기는 2000년 즈음 붐을 이뤄, 현재 약 160여개로 추산되는 글로벌 아트페어가 개최되고 있다. 국내는 7개 정도가 있다.1) 그것들 가운데 최근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 프리즈 아트페어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지난해(2022)에 이은‘프리즈 서울’의 개최가 한국 미술의 세계진출에 있어 기념비적인 행보로 간주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늘 그렇듯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며, 현상적 성과 이면 곧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거나 어떤 이유에서건 다뤄지지 않는 진실이 있게 마련이다. 프리즈 아트페어도 예외가 아니다. 프리즈 아트페어에 관한 한, 무엇보다 그 확장 속도가 경이로울 지경이다. 불과 20년 만에 방문객 수, 참가 갤러리들의 명성, 연계된 예술행사 등에서 프리즈 아트페어는 현대미술시장 뿐 아니라 현대미술 자체의 위계질서 내에서 초 상위의 높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 33년이나 늦게 출발했지만, 바젤아트페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3대 아트페어로 도약했다. 이는 프리즈 아트페어의 게이트 키퍼로서의 기능과 영향력의 괄목할만한 증대를 의미한다. 유명한 딜러, 갤러리, 비평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친 것이기에 프리즈 아트페어가 선정한 작가나 작품은 ‘모든 의심을 불식시킬 만큼 신뢰할만한 것으로 간주된다. 프리즈의 선택은 구매계층 뿐 아니라 미술계의 내부 전문가들까지 설득한다. 높은 명성을 가진 아트페어가 소개하고, 지시하고, 선정하는 것이 더 큰 권위를 지닌 것이 되는 것이다. “아트페어가 예술작품의 '감정과 봉헌'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있는 것이다.”2) 불과 20년 만에, 높은 국제적 수준의 작가, 작품의 선별 기준이 그 관문을 통과하는가의 여부에 달리게 된 것이다. 프리즈 아트페어의 속도, 정확히 하자면 현대미술의 게이트 키퍼로서 영향력 확보의 속도가 가공(可恐)할만한 것인 이유다. 중요한 것은 열역학이다. 권위가 이 정도로 뜨거운 질주를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 어디서 오는가 하는 것이다. 프리즈 자체에서? 아트페어의 상업주의를 넘어 질(質)을 중시하는 실험적 경향을 수용하는 컨텐츠 때문에?3) 하지만 신진작가 위주의 페어 구성이나 실험적 경향을 프리즈만의 차별적인 전략으로 보기 어렵다. 아트 바젤도 2000년부터 ‘아트 언리미티드(Art Unlimited)’섹션을 마련해 실험적인 미술을 선보이지 않았던가. 프리즈의 마케팅 전략도 그 자체로는 새로울 것이 없다. 예컨대 커피 브랜드 일리의 팝업스토어, 영국 쇼핑몰 매치스 패션의 이벤트, 페어 파트너 로얄 살루트 라운지 등은 이 분야에서 식상한 접근 방식들 가운데 하나다. 프리즈 아트페어의 글로벌 미술의 게이트 키퍼로서 빠른 권위 확보를 이끈 결정적인 두 개의 역학적 출처가 있는데, 첫째는 다국적 기업과 금융 자산과의 결사체 수준의 협업이고, 둘째는 영국 정부의 노골적인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다. 먼저 글로벌 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다국적기업들과 그 주변부의 신흥 부자들,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을 운용하는 금융계 자산과의 결사체 수준의 긴밀한 협업이 없었다면, 이 정도의 빠른 글로벌 덩치 키우기는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을 터다. 2004년부터 프리즈 아트페어의 메인 스폰서로 합류해, 2012년 이후 프리즈 마스터즈까지 후원하는 도이치 뱅크는 이를 전담하는 ‘프리즈 재단(Frieze Foundation)’을 별도로 설립해 운용하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1997년 ‘도이체 구겐하임 베를린 미술관’(Deutsche Guggenheim Berlin) 개관, 2005년부터 네덜란드의 ‘유럽 아트 페어’(The European Fine Art Fair. TEFAF), 2010 년부터 ‘아트 홍콩’(Art HK)을 협찬 중이다. 프리즈 신화에 있어 결정적인 두 번째 요인은 영국 정부의 노골적인 지원정책으로, 2003년 에 조성되어 오늘날까지 지속되는 ‘프리즈-테이트 기금(Frieze-Tate Fund)’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금의 용도와 목적은 관립 기관인 테이트 미술관이 매년 프리즈 아트페어에 출품된 신진작가의 작품을 매입함으로써, 프리즈 브랜드의 위상과 매출실적을 동시에 담보하는 전술적인 것으로, 이런 용도의 기금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4) 한국 청년 작가들과 한국 미술계의 미래를 위한 K씨의 조언 5)​A지난 2001년 한국 청년 작가들과 한국 미술계의 미래를 위한 K씨의 조언은 사뭇 숙연했다. 물론 결론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니, 예술의 상업화니 세속화니 하며 연연하기보다는 더 많은 국제 스타, 더 많은‘백남준’을 제조하는 기획, 글로벌 미술의 전선으로 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한 세 가지 지침이 강조되었다. 작가를 스타로 키우는 비평풍토를 다질 것, 장기적 후원정책과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할 것, 작가라면 백남준이 자신의 비밀 병기로 자처했던 ‘강한 이빨’을 탑재할 것! 백남준의 강한 이빨론: 외래 사조나 영향에 연연하지 말고 “무엇이든 씹어 자기 것으로 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백남준의 작가론. 실제로 백남준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세계 주요 일간지 독파를 통해 정치뿐 아니라 월가 주식시세와 여성 패션에도 빠삭했다. K씨의‘국제스타 빠르게 만들기’레시피는 “자신의 실험미술을 이해시키는 유연한 전략가가 되라”에서 “자기 작품의 대변인이 되어야 국제적 스타 작가로 성장할 수 있다”에 이르기까지 주-욱 이어진다. 진정성은 느껴지지만, 이러한 조언에는 생각보다 큰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작가와 스타의 등치, 치열한 실험(가)과 유연한 전략(가)의 동거가 가능한 사건일까? 국제스타 빠르게 만들기는 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미술의 주동력장치였다. 미국은 그 터빈을 돌려 앤디 워홀과 장-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 같은 팝아트의 스타들을 키워냈다.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를 동반하는 추상회화의 신화도 잊지 말자. 헐리우드 영화산업을 이끌었던 문화전략을 고스란히 현대미술 생산의 글로벌 표준이 되었던 것이다. 스타의 짧은 흥행주기와 높은 위험 프리미엄, 초고가(超高價) 거래의 담보 같은 속성은 전후 문화자본주의의 교과서적 전략이다. 그렇기에 한국미술의 미래에 대해 K 씨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K씨는 1990년대 이후 활발해진 기획전과 신진, 청년 작가들의 등단이 수월해지고 작가층이 두터워졌다는 사실에 고무되었지만, 마냥 기뻐만 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모르지 않았다. 결국 그들 가운데 (대)다수는 “하루아침에 스타 만들기”글로벌 시스템의 그늘에 가려지고 말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K씨는 다음과 같은 역설적인 격려로 조언을 끝맺는다. “유의할 것은 단시간 승부보다 장거리 선수의 인내와 확신으로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는 것이다.” 모순된 주장이다. K씨가 말한,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여야 하는 ‘국제스타 빠르게 만들기’시스템은‘장기간에 걸친’, ‘꾸준히’, ‘인내’, ‘정진’ 같은 미덕을 몹시 혐오하고 있는 힘껏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 안에서 신진작가들의 더딘 예술적 성숙을 기다리는 것은 비효율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퇴행적 행동양식에 지나지 않는다. 예술성은 최소 비용으로 조작적 정의가 가능한 매개변수들 가운데 하나로, 경제성을 상회하는 개념이 결코 아니다. 이 시스템의 희생자, 즉 ‘별들의 전쟁’에서 소모품이 되지 않기 위한 경쟁이 이른 시기에 종료되어도 무방한 이유다. 영국의 yBa 작가들을 보라. 그들 대부분은 30대 초반에 모든 것을 이루고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 시스템은 예술성의 더딘 숙성 속도를 단지 견디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적 성숙 자체를 믿지 않는 것이다. 높은 정신적 성숙에 대한 개념 자체가 소실(消失)된 이 시대의 슬픈 초상이다. K씨는‘국제스타 빠르게 만들기’국제 시스템의 장점으로 대중이 미술을 가깝게 느끼게 되었다는 것을 든다. 그렇다면 대중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역설적이게도 이미 워홀이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당신이(스타라면) 어떤 사기를 쳐도 문제가 없다. … 당신은 유명하며 따라서 아무도 당신을 사기꾼으로 매도하지 않는다. 당신은 여전히 창공을 날 수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스타이기 때문이다.”(앤디 워홀) 미술평론가 벤아무-위에(Judith Benhamou-Huet)는 대중의 취향에 대해 복잡하게 덧칠하는 것의 함정을 피하면서 다음과 같이 간추린다:“단순하게 말해서, 하나의 신화를 탄생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6) B비엔날레와 미술시장이 술에 물 탄 듯 뒤섞이는 탈경계 현상의 정점에 프리즈 아트페어의 약진이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작가를 같은 해에 개최되는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만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미술관과 시장의 경계도 허물어졌다.(하긴 제대로 작동한 적이 있기나 했던가) 미술관들은 지역을 등진 채 예술의 주된 고객인, 고가의 미술품 구매력과 의사를 지닌 구매자 집단을 통제하는 글로벌 시스템 안으로의 이동을 서두른다. 그것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글로벌 아트페어와의 동조를 스스로 재촉하면서. K 씨 같은 전문가들의 조언이 범하는 오류는 비평의 풍토와 국가의 정책도 결국 시스템의 일부로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습관적으로 누락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 시스템 안에서 비평은 거래되는 것들의 예술성을 담보하는 권위의 증여로, 즉 가치에 대한 날선‘검증’으로서가 아니라 딜러와 갤러리, 작가의 브랜딩을 위한 기술로 오작동하고, 국가정책은 시장정책의 하위 메뉴로 재배치된다. 무엇보다 이 시스템은 다수 작가가 스타 작가가 되는 것을, 다수의 갤러리가 스타 작가의 생산기지가 되는 것을 오류로 간주하고 그 수를 엄격하게 통제할 것이기에, (대)다수의 신진, 청년작가들이 아트스타의 그림자 뒤로 사라지는 시간이 더 앞당겨지게 될 것임이, 적어도 현재로선 분명해 보인다.7)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국 청년 작가들과 한국 미술계의 미래에 대한 제대로 된 조언은 무엇인가? - 서울대미술관장 심상용의 ‘이토록 까칠한 미술’ 1) 정종효. 「세계 아트페어 동향과 한국 아트페어의 전략」, 『유럽문화예술학논집』, n.13, 2016, p.81.2) Soo Hee Lee &ampJin Woo Le, Art Fairs as a Medium for Branding Young andEmerging Artists: The Case of Frieze London, The Journal of Arts Management, Law, and Society, 2016, p.102.3) 최병식. 『미술시장과 아트 딜러』. 동문선, 2008, p.157.4)권선영. 「현대미술의 유통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을 위한 산업적 가치분석 연구」. 명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20, p.185.5)2001년 1월호 ‘월간미술’에 실린 글 「청년 작가들과 한국 화단의 미래」에서 인용.6)Judith Benhamou-Huet, Art Besiness 2, ed. Assouline, 2007, p.93\7)K씨. 2001년 1월호 ‘월간미술’에 실린 글 「청년작가들과 한국화단의 미래」에서 인용.​예술은 다양할수록 좋다 에두아르 당탕 '1880 살롱의 한구석(Un Coin du Salon en 1880)'.실험·전위적 작품 출품된키아프·프리즈 서울선택의 폭 많은 것은에너지 소진시키지만다채로운 작품 보는 건미술애호가에겐 축복 ​2​0년 전쯤 미국의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가 '선택의 패러독스'에 관한 연구를 선보였다. 풍요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매일 뭘 입을지, 점심은 뭘 먹을지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빠른 판단을 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한다. 슈워츠는 선택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하여 삶에서 중요한 것에만 집중할 것을 제안하는데, 최고의 선택을 못해도 괜찮으니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는 법을 익히면 삶이 훨씬 만족스러워진다는 논리이다. 원래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더 행복하다는 단순 명제가 현대의 과다 소비 사회에서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예술에 있어서만큼은 슈워츠의 논리를 대입시킬 수 없다. 예술은 그 다양성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역할을 하는 것이며, 슈워츠의 논리대로라면 '꼭 필요한 선택을 선택'하는 경우, 바로 그 피곤해도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예술을 대할 때의 태도이기 때문이다.우리 미술계 최대 행사가 열린 주의 끝자락이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키아프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프리즈 아트 페어가 작년부터 함께하는 9월 초다. 아트 페어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갤러리들이 중개하는 전 세계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귀한 기회이니 열심히 구경을 다녔다. 아트 페어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와 달리 작은 공간에 수없이 많은 작품이 걸려 눈을 매혹시키고, 수많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느라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눈도 다리도 심지어 머리까지 아파온다. 그래도 대형 미술 전시의 역사를 돌아보면 오늘날의 아트 페어가 심신의 스트레스를 참으면서도 봐줘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감사할 수 있다. 대규모 미술 전시의 원류를 따라 올라가면 17세기 프랑스에서 루이 14세의 후원하에 엄선된 아카데미 회원들의 작품이 루브르궁의 거대한 방 하나에서 전시된 살롱이 있다. 초기의 살롱 전시는 국립 미술 학교의 교수와 졸업생들의 작품을 보여주면서 시작했지만, 18세기부터는 점차 참여 작가의 범위를 늘려갔고, 대중의 문화적 소양을 고양시키고자 했던 계몽주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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